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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THE CNE
[최신 판례 리뷰] 개별 법령 위반과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
개별 법령 위반과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법제이사
최청희 변호사(법무법인 CNE)
1. 사건의 개요
응급의료법에 따른 지역응급의료기관인 원고 A병원(이하 ‘병원’이라고 한다)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8] ‘지역응급의료기관지정기준’ 중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원수가 5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인력기준(이하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이라고 한다)을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병원은 그 이후로도 계속하여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등을 상대로 응급처치 및 응급의료를 실시하고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아 왔다.
이에 공단은 병원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그동안 받아온 응급의료관리료 1억 7000만 원 상당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이른바 ‘환수처분’)을 하였다.
2. 하급심 판단 및 쟁점
하급심은, 병원이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응급처치 등을 시행하고 받은 응급의료관리료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보험급여 비용’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 응급의료법령상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 위반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하여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제1조)로서 응급의료법 등 다른 개별 행정법률과는 그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라고 판시하면서,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8]에서 정한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응급의료법에 따라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하는 외에 응급의료관리료를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보아 제재하여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두36052 판결 참조).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관련 위반사항(사무장병원 개설, 의료기관 중복개설 등)이 있거나 개별 법령 위반사항(식품위생법, 정신보건법 등)이 있는 경우, 공단은 그동안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요양급여의 일반원칙으로 ‘요양기관은 가입자 등의 요양급여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시설 및 장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규정 등을 근거로 의료기관이 지급받은 보험급여 비용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해 왔다.
주류의 하급심은 그간 위와 같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하급심 판결 동향에 힘을 받은 공단은 의료법 위반뿐만 아니라 식품위생법 위반, 정신보건법 위반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며 무리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하였다. 공단의 위 관행 및 하급심 판결 취지 등에 따르면, 급기야 의료기관의 시설 기준 중 하나인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위반한 경우 등에도 공단이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즉, 개별 법령상 의료기관의 인력·시설 및 장비에 관한 위반사항이 있기만 하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작년에 의료법상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위반으로 공단이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한 사건에서 위 하급심 판결 동향과 다른 판결을 하며, 공단의 무리한 부당이득징수처분에 대하여 제동을 걸기 시작하였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개별 행정 법률의 입법목적 및 규율대상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령상 보험급여기준의 내용과 취지 및 다른 개별 행정 법률에 의한 제재수단 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까지 하여야 할 필요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참조). 대법원은 위 법리를 바탕으로 의료법상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위반으로 개설된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라고 판시하면서 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취지, 개별 법령의 제재목적 및 부당이득징수처분의 공익적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위와 같은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의 위 법리는 앞서 언급한 식품위생법 위반, 정신보건법 위반 사건 등에서도 적용되었고, 위 사건들에서 대법원은 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그동안 행해진 공단의 무리한 부당이득징수처분 관행에 대하여 다시 한번 위법함을 확인한 것이다. 앞으로 공단은 위와 같은 대법원의 확고한 법리 등을 바탕으로 개별 법령의 입법취지, 부당이득징수의 공익적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더 이상 무분별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을 남용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