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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법상 전화처방은 가능한가?
의료법상 전화처방은 가능한가?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법제이사
최청희 변호사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초진 환자에 대하여 전화 상담만으로 전문의약품인 탈모치료제를 처방한 의사들을 고소하였다. 사실 전화처방의 허용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최근 대법원도 이에 관한 판결을 한 바 있다. 과연 전화처방은 가능한 것일까?
우선 의료법 규정 내용을 살펴보자. 현재 시행 중인 의료법 제17조의2(2019년 8월 27일 개정 이전, 제17조)에 따르면 직접 진찰한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 따라서 전화처방의 허용 가능성 여부는 ‘직접 진찰’의 해석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직접’의 의미를 ‘대면’이 아닌 ‘스스로’라고 해석하며, “위 조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므로,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두50014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마치 전화처방이 초진 환자의 경우에도 별다른 제한 없이 가능한 것이 아닌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5월 판결에서 좀 더 ‘직접 진찰’의 의미(구체적으로는 ‘진찰’의 의미)를 명확하게 판단하였다. 즉, ‘진찰’에 해당되려면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4도960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의료법상 전화처방이 전면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초진 환자 및 재진 환자라 하더라도 동일 상병명이 아닌 경우에는 전화처방이 인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전화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였다. 보건복지부 허용 방안에 따르면 ‘의사의 판단’, ‘안전성 확보’ 이외 대상 환자에 관한 그 어떠한 기준도 없다. 언뜻 보면 전화처방 판단에 있어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듯 보이나, 실제는 책임 회피적 방안이라 생각된다. 쉽게 말해 난 잘 모르겠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판단해서 하라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만큼 한시적인 시행이라 하더라도 그 허용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했어야 한다.
실제 의료현장에선 그 허용 범위 해석과 관련하여 많은 혼선이 있었다. 급기야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사단체가 회원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초래되었다. 이는 신중하지 못한 정부 행정의 결과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사가 부담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정부만 탓할 수도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위와 같은 작금의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본다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일선에서 전화처방 여부는 신중하게 접근하자. 부득이하게 전화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동일 상병명의 만성질환 재진 환자로 한정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