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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판례 리뷰] 무면허 의료 행위의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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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말기 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본인이 근무하지 않을 때 환자가 사망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여 환자의 사망원인을 경과기록지에 미리 기재해 놓은 후, 실제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간호사들에게 의사의 이름으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게끔 한 사안이다. 검사는 간호사들이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행위가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의료기관의 의사와 간호사를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였거나, 무면허 의료 행위를 교사하였다는 범죄 혐의로 기소하였다.

2. 원심 판결 및 쟁점

1심에서는 의사인 피고인이 미리 작성해 놓은 그 환자의 사망원인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비록 의사 면허가 없는 자가 의료 행위를 하였다는 구성요건에는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수단 및 생각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사회 상규에는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판단을 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16. 11. 23. 선고 2016고단1196 판결).

하지만 2심에서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인 피고인들에게 환자의 사망 징후를 확인하고, 나아가 사망진단서를 대신 발급하도록 한 행위 및 간호사인 피고인들이 환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선고유예(벌금 각 30만 원 또는 각 10만 원)를 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17. 6. 13. 선고 2016노3436 판결).

이에 대법원에서는 사망진단서 발급 행위가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 해당 사망진단서 발급 행위가 사회 상규에 해당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에서는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진단 전에 이루어지는 사망 징후 관찰은 구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서 간호사의 임무로 정한 '상병자 등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 행위이고,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사망의 진단을 할 수 없다. 사망의 진단은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료 행위로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며 사망 진단서 발급은 의사가 직접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 어떠한 시술행위가 무면허로 행하여졌을 때에는 그 시술행위의 위험성 정도, 일반인들의 시각, 시술자의 시술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 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나(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6도1297 판결 등 참조)" 해당 간호사들의 행위는 이러한 위법성 조각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해당 판결은 기존의 무면허 의료 행위에 관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을 인용하며 의사가 간호사로 하여금 의료 행위에 관여하게 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 등이 주도로 의료 행위를 실시하면서 그 의료 행위의 성질과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그중 일부를 간호사로 하여금 보조하도록 내지 지시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위 대법원 판례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에서 간호사가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행위는, 의사가 주도로 의료 행위를 실시하지 않은 채 간호사를 보조하지 않은 것은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무면허 의료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사례를 하나 더 제시해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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