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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판례 리뷰] 의료법상 진료비 거짓 청구와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의료법상 진료비 거짓 청구와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법제이사
최청희 변호사(법무법인 CNE)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13. 6.경 OO도지사로부터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OO시에서 이 사건 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법인이다. 원고의 대표자 이사는 이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하여 2013. 10.경부터 2015. 3.경까지 요양급여비용 대략 6,400만 원을 허위청구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사기죄가 인정되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피고 OO시장은 2018. 8.경 원고에 대하여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서 정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처분을 하였다.
2. 하급심 판단 및 쟁점
하급심은 이 사건 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원고의 상고에 따라 대법원에서 ①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이 재량행위인지 여부와 ②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의 법적 성질
“의료법 제64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의 취소와 의료기관 폐쇄 명령은 의료법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 의료업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처분으로서, 실질적으로 동일한 법적 효과를 의도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 제33조 제4항에 따라 허가에 근거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개설 허가 취소처분의 형식으로 하고, 제33조 제3항과 제35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신고에 근거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폐쇄명령의 형식으로 해야 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9두57831 판결 참조)”.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1호에서 제7호, 제9호의 사유에 해당하면 관할 행정청이 1년 이내의 의료업 정지처분과 개설 허가 취소처분(또는 폐쇄명령) 중에서 제재처분의 종류와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지지만, 의료기관이 이 사건 조항에 해당하면 관할 행정청은 반드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하여 더 이상 의료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개설 허가 취소처분(또는 폐쇄명령)을 하여야 할 뿐 선택재량을 가지지 못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9두57831 판결 참조)”.
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법인인 경우 이 사건 조항의 해석·적용
“의료기관에서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지급받은 경우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15조 제3항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 자연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개설자의 지시·공모가공 하에 진료비 거짓 청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의료기관 개설자인 자연인이 진료비 거짓 청구의 주체로서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진다. 반면 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대표자의 지시·공모가공 하에 진료비 거짓 청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대표자가 진료비 거짓 청구의 범행주체로서 형사책임을 부담하며, 법인은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사책임을 지고 그때에도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형만 선고할 수 있을 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즉, 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에서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범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해당 법인은 벌금형만 선고받을 수 있을 뿐 금고 이상의 형은 선고받을 여지가 없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9두57831 판결 참조)”.
“만일 이 사건 조항이 엄격한 의미에서 ‘의료기관 개설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때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이 사건 조항에 따른 개설 허가 취소처분(또는 폐쇄명령)이 불가능하여 해당 의료기관이 의료업을 계속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이 사건 조항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9두57831 판결 참조)”.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그간 행정청 실무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때라 할지라도 사무장병원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제반 사정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내지 의료기관 폐쇄명령에 대한 재량권을 행사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이 사건 조항의 적용 여부에 있어 관할 행정청은 선택재량을 가지지 못한다고 명확하게 판시한바, 앞으로 관할 행정청의 실무가 더욱더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관할 행정청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실이 확인되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반드시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하거나 의료기관 폐쇄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 내지 실손보험사 등을 대상으로 한 보험사기에 적용된다.
날이 갈수록 실손보험사는 실손보험의 적자로 인해 의료기관을 향해 방아쇠 조준하고 있고, 그 핵심은 보험사기 형사 고발(수사 의뢰)이다. 이 시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을 더욱더 압박할 수 있는 탄알로 작용할 것이다. 다시 말해, 실손보험사는 의료기관에 보험사기로 처벌받으면 의료기관 개설이 취소되거나 폐쇄되니 실손보험 손해를 배상하는 합의를 하자고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의료기관 개설자(개인 및 법인의 대표자)는 의료기관이 진료비 거짓 청구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자가 직접 보험사기로 연루되지 않도록 의료기관 내부 의사결정 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의료기관이 보험사기로 형사 고발 등이 되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경우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수사가 그 핵심이 될 것이므로, 사건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서 의료기관 압수·수색 등에 대비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